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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사] 내 추수를 다 마치기 까지
  • 분류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11-03-02 16:52:47
  • 조회수
    4386

내 추수를 다 마치기 까지

김*임.
그 어르신을 만난 것은, 노란 개나리가 피기 시작하던 3월 어느 날이었다. 어떤 분일까? 설레는 맘으로 그 어르신 앞에 섰을 때, 굳어있는 얼굴 표정을 보고, 난 말문이 탁 막히고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나 필요 없어” 그 어르신은 어떤 말도 들으려 하지 않았고,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나의 도움도 완강히 거부했다.
오랜 DNJF 홀로 쌓아 오신 벽은 너무 두터웠고, 닫아버린 마음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난 아무 말 없이 침대 모서리에 의자를 놓고 앉아서, 바라만 볼 뿐이었다. 화장실에 갈 때도, 휴게실에 갈 때도, 할머니는 주사약을 매달은 뽈대를 의지하며, 쓰러질듯 간신히 거동하셨지만, 난 뒤에서 따라가며 지켜볼 뿐이었다.
점심때가 되어 미음이 나왔는데 반쯤 드시고는 상을 물리셨다. 내가 얼른 밥상을 치우자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거부 하시지 않고 계시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큰 기쁨이었다.
저녁시간이 되었을 무렵 드디어 할머니가 말문을 여셨다. “나 빵 좀 사다줘”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밥을 드시지 못해 병원에 오셨고, 오직 드시는 것은 빵,두유,요구르트뿐이었는데, 어지러우셔서 다니시지 못하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던 것이었다.
다음날 어르신을 만났을 때는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나를 반기셨다. “난 집에 가 오지 않을 줄 알았어.” 어르신은 천천히 말문을 여셨다. 자식도 없고 친척도 없이, 동네 교회에서 보살핌을 받고 계시며, 독거노인들이 거주하는 곳에서, 자그마한 방 한 칸에 몸을 의지하고 계시다고 말씀을 시작하셨다. 돌볼 가족도 없고 갚을 수도 없어서, 미안해서 도움을 거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 어르신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부터 나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었다. ‘이런 날을 위해서 교육 시키셨고, 일을 하게 하셨구나! 이 어르신에게 최선을 다하리라’ 그리고 이 일을 잘 시작했다는 생각에 하루의 피곤이 확 풀리는 것 같았다.
어르신은 손가방을 뒤적거리시더니 무언가 불쑥 내미셨다. “이건 잊어버리면 안 돼, 내 생명과도 같은 것이야!” 지갑 속에서 꺼내 보여 주신 것은, 상자 박스 귀퉁이를 찢어서, 크게 또박 또박 쓴 교회 연락 번호였다.
어떤 사람이 한 말이 생각났다. 사랑이란 ‘조금만 더’ 이 말은 길을 갈 때 오리를 가자면 십리를 같이 가주고, 속옷을 달라면 겉옷까지 주는 것과 같다고...
내가 어르신을 위해 해드리는 일 중 가장 큰 일은, 그분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었다. 83년, 긴 세월의 이야기를 끝없이 들어 주는 것, 아주 작은 짧은 순간순간 삶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 놓으시는 어르신을 보면서, 희망을 보았다.
그리고 조용히 다짐해 보았다. ‘나의 사랑이 흘러내려, 이런 어르신들이 치유되고 회복되고, 생명이 새롭게 될 수 있도록 쉬지 않으리라! 이삭을 줍는 심정으로, 내 추수를 다 마치기까지 나는 쉬지 않으리라.’
어르신! 건강하시고 소망 가운데 늘 행복 하세요!

 

서울지역사업단- 정윤숙 간병사

 
  • 책임간병사님께....

    그렇게 어렵게 내딛은 발자국이 오늘의 간병사님을 있게 했군요....


    간병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남을 회복시키면서 내가 회복되고 치유됨을 느끼시리라 생각됩니다.


    책임이라는 막중한 업무와 환자를 돌보는 일까지 소홀함이 없이 해내주시고 도와주셔서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지금은 병원에 잠시 계시지만 빨리 회복하시길 바랍니다....


     

    2015-04-27 16: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