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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는 마음으로

이형란 | 2017.10.01 12:26 | 조회 60

기도하는 마음으로

 

[안양 샘 병원 호스피스 완화 도우미] - 이형란

 

나는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그리고 하늘에 계신 하나님께 기도를 드린다. 오늘 하루 고통을 잊게 해달라고. 오늘 하루만 더 살 수 있게 해 달라고. 나는 오늘도 병실로 출근을 한다.


나의 직업은 호스피스 완화 도우미이다. 치매 어르신들을 돌보는 요양보호사 일을 했었다. 때리고 변을 바르고 묻히고 팔을 물고 정신이 돌아 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밝게 웃고 고맙다고 내 딸보다 더 좋다고 하는 분들. 내 몸도 정신도 지쳐갈 때쯤 작년에 자격증을 따서 기회가 되면 연락하라고 했던 곳에서 연락이 왔다. 그래서 병원에서 일하게 되었다.

호스피스 병동. 죽음을 준비하는 곳. 침울하고 조용할거라 생각되지만 찬송과 기도소리가 항상 들리고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 어렵거나 힘든 일은 없었지만, 환우 보호자와 밤낮으로 생활하기 때문에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조심스럽고 부담되는 마음이라 두려움과 새로운 일에 대한 그런 설렘이 공존하는 곳이었다.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일이 없었고 내 앞에 닥친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암에 걸린 분께 사시는 날까지 어떻게 잘 지낼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까? 많은 의문을 던지게 하는 일이 내가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 병실에 3~4분이 계셔서 그분들을 돌봐 드리는 일을 한다. 얘기를 들어 드리고 많이 아프시거나 고통을 호소하시면 진통제를 맞거나 다른 기타 처방을 받을 수 있게 간호사께 알려 주고 식사 수발을 한다. 내가 속한 병실은 남자 분들만 계시는 곳이다. 암과 싸우는 분들을 돌보는 일이다. 병실에 오신지 며칠이 되지 않아서 죽음을 맞이하는 일이 허다하다. 오시는 날도 며칠이 지나서도 적응을 못하고 힘들어 하는 분도, 보호자도 많으시다. 어떤 말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는지 이런 분들을 어떻게 위로를 해드려야 하는지 어떻게 더 편하게 지내게 해드릴 지를 늘 고민하게 한다.


정말 기억에 남고 아직도 계속 생각나는 분이 있다. 폐암 남자 환자였다. 굉장히 건강해 보였고, 성실하셨다고 하며 가정에 최선을 다하고 가족밖에 모르고 쉬지 않고 일만 하셨던 그런 분이였다 한다. 병실에 온 첫날부터 굉장히 힘이 드는 그런 분이셨다. 침상 밑으로 내려오려고 무던히도 애쓰셨고 나는 낙상을 우려해 내려오지 못하게 손을 잡고 몸을 잡고 늘어 져야 했다. 소변이 보고 싶다며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하셔서 화장실에 가면 소변이 나오지 않아 결국은 소변 줄을 껴야 했는데도 화장실 간다며 수없이 반복하셨던 분, 기저귀 채워드리며 기저귀에 소변보시면 된다고 말씀드려도 말씀은 없으시고 행동으로만 거듭 거듭 일어나려고 했던 분. 마치 머릿속에 생각은 사라지고 힘만 남은 로봇처럼 오로지 일어나 나가려는 발버둥 뿐 이었다.

밤에 한번 낙상을 경험하셔서 밤낮으로 괜찮아 질 거라고 마음을 편히 가지시라고 말씀드리고 또 말씀드렸다. 끝날 것 같지 않던 환우 분의 기력은 하루 이틀 쇠해지고 식사도 못하시고 물도 삼키지 못하셨다. 거즈에 물을 적셔서 입술에 축여 드리고 몸을 닦아 드리는 그런 일상을 보내셨다. 어느 날부터 움직임이 둔해지고 열이 나기 시작했다. 얼음 팩을 겨드랑이에 끼워드리면 빼내버리기 일쑤였지만 끼우고 빼기를 무수히 반복하였다. 그러나 열은 내리지 않아 해열제를 맞아야 열이 내렸다. 환우 분 보호자(부인)께선 밤에 자주 우셨다. 고생만 하고 일만 하다 병났다고 하시며. 손을 잡아 드리고 손등을 쓸어 드리는 것 외에는 어떤 말을 해드릴 수 없어 가만 가만 하시는 이야기를 듣고 또 들었다.


지금은 계시지 않지만 침대를 벗어나려 발버둥 치던 그 모습이 생생이 떠오른다. 나와 가까운 지인들은 묻곤 한다. 왜 하필 많고 많은 직업 중에서 그런 일을 택했냐고. 나도 반문해 본다. 난 왜 이런 일을 하고 있지? 글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난 내가 하는 내 일이 좋다. 죽음을 항상 보고 느끼지만 난 또 하루하루 이 병실로 출근을 할 것이다. 세월이 지나면 경험이 쌓일 것이고, 더 나은 케어를 환우들께 해 드리고 싶다. 이곳의 전문가가 되고 싶다. 삶을 소중히 여길 것이며 오늘 하루를 소중히 여길 것이다. 어제 소천하신 분들의 소망이신 오늘 그 하루를 충실히 보낼 것이다. 그래서 난 오늘도 출근을 한다. 그리고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를 드린다. 살아있는 오늘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웃을 수 있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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