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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나라] 왜 사회적 기업인가?
  • 분류
    보도자료
  • 작성자
  • 작성일
    2021-12-03 00:58:53
  • 조회수
    1725

사회 빈틈을 메우는 착한 기업 ‘사회적 기업’

사회적 기업과 사회적 기업가가 주목받고 있다. 기업 활동의 목적을 이윤추구가 아닌 사회문제 해결에 두고자 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기업이 세상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들 사회적 기업은 정부, 시장, 시민사회의 경계를 넘나들며 각 영역의 자원을 서로 연결하여 ‘사회적 빈틈’을 메운다. 노동부는 2010년까지 1,000개의 사회적 기업 인증을 계획하고 있다.
조득진 객원기자

마이크로 소프트의 임원이던 존 리드는 1999년 사표를 내고 지구촌 빈민지역에 도서관을 설립하기 위한 비영리 기업 ‘룸 투 리드(Room To Read)’를 세웠다. 1998년 히말라야의 오지 네팔에서 교과서 하나 없이 20명이 앉을까 말까 한 교실에 80여 명의 학생이 콩나물시루처럼 앉아 공부하는 것을 본 후 결심한 것이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배운 다양한 경영적 관점을 도입해 기부금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한편 현지인을 활동가로 채용해 그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함께 사는 이들에게 일할 기회를 주었다.

  방글라데시의 무하마드 유누스는 가난한 이들에게만 돈을 빌려주는 이상한 은행, ‘그라민 뱅크’를 설립했다. 일반 금융권에서 대출이 어려운 저소득층에게 신용대출을 해준 뒤 재정 상태와 계획한 비즈니스를 점검해주는 이른바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이 그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상환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품었지만, 놀랍게도 1,000명 중 997명이 원금을 갚아나가는 성장을 보였다. 그라민 뱅크는 200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룸 투 리드’와 ‘그라민 은행’의 공통점은 ‘이윤추구’가 존재의 이유가 아니라 ‘사회적 목적’의 추구가 곧 존재 이유인 사회적 기업이라는 점이다. 이를테면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파는 셈’이다. 전쟁터 같은 기업 경쟁의 생리에서 이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사회복지법인 ‘위캔’은 장애우들을 고용하기 위해 쿠키를 굽는다. 원가절감과 노동력 향상이라는 경제 고정관념을 깬 이 회사는 바로 ‘사회적 기업’이다. 쉽게 말해 ‘좋은 일 하고 돈도 버는’ 건강한 자본주의 기업이 바로 사회적 기업인 것이다. 

  사회적 기업이라는 용어는 미국 하버드대학 출신으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현직에 있을 때 환경보호국 부국장을 지낸 빌 드레이튼이 처음 제시했다. 전 세계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아쇼카재단을 설립한 그는 수년 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받아야 하는 진정한 거인’이라고 극찬한 인물이기도 하다. 드레이튼은 사회적 기업가를 ‘사람에게 고기를 잡아주거나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고기 잡는 산업을 혁명적으로 바꾸기 위해 매진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하는 ‘블루오션’

사회적 기업은 이윤추구가 핵심인 오늘날의 시장경제에 대항해 자신의 삶터를 지켜내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1980년 이후 유럽에서 NGO들이 국가 및 기업이 제공하지 못한 사회적 서비스를 지역주민에게 제공하면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는데, 영국은 2006년 현재 5만 5,000개의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지속 가능한 일자리 제공을 통한 복지’를 실현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우리 사회에는 IMF 외환위기 이후 산업구조가 기술집약적·수출주도적으로 바뀌고 성장률과 일자리 연계 고리가 약화되면서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 현상이 나타나게 됐다. 게다가 최근 몇 년 사이 성장률마저 둔화돼 일자리는 더욱 줄어든 상태다. 이는 곧바로 고용여건 악화와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불러 사회적 취약계층이 급증하는 결과를 낳게 됐고, 빈곤 문제는 급기야 사회적 통합을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정부는 2003년부터 사회적 취약 계층을 위한 일자리 창출사업에 나섰지만 이렇게 창출된 사회적 일자리는 대부분 정부 재정지원에 의존하는 단기·저임금적 일자리에 불과했다.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사회적 기업의 육성이 필요해진 것이다. 여기에 고령화와 핵가족화에 따른 가족구조의 변화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 등에 따른 사회서비스의 수요 증가도 사회적 기업 태동의 한 원인이다. 아름다운재단·희망제작소 등의 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박원순 변호사는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서비스·상품을 기업적 수단과 접목해 사회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사회적 기업이야말로 이 시대의 블루오션”이라고 말했다.

  9월 말 현재 국내에서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은 곳은 106군데다. ‘우리나라 사회적 기업 1호’는 다솜이재단이다. 다솜이재단의 뿌리는 교보생명의 교보다솜이 간병봉사단으로, 70명으로 시작한 간병활동은 약 1년 뒤 유료 서비스로 전환해도 괜찮겠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이름을 날렸다. 이에 교보생명은 2006년부터 저소득층만이 아니라 일반 환자를 대상으로 유료 간병사업을 벌여 수익을 거두고, 이 돈을 무료 간병에 재투자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의 형태도 다양해 재활용품을 수거해 판매하는 ‘아름다운가게’, 결식아동을 위한 ‘사랑의 도시락’과 같은 생활형 기업부터 ‘위캔’, ‘컴윈’, ‘희망제작소’, ‘농민주유소’처럼 경영 컨설팅에서 판매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업이 존재한다. 문화예술 분야도 예외는 아니어서 생태주의 퍼포먼스그룹을 표방하며 설립된 ‘노리단’ 등 점점 확대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장애인·생활보호대상자 등 취약 계층을 고용하면 인건비(월 78만 8,000원)와 의료보험·고용보험 등 사회보험료를 지원받는다. 회계·노무·마케팅 분야 전문가를 채용할 경우 인건비(월 120만 원)를 보조받을 수 있다. 또 기업 운영에 필요한 시설비(4억 원 한도)와 운영경비(1억 원 한도)를 장기저리(상환기간 5년, 연리 2%)로 빌리는 게 가능하다.

키워드는 ‘기업’, 수익 돼야 지속가능

하지만 사회적 기업이 안착하기 위해선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사회적 기업이 올바르게 성장하려면 정부지원보다 민간차원의 역량이 성장해야 한다는 게 그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민간차원의 사회적 기업 역사와 토대가 매우 취약하다. 삼성사회봉사단 황정은 부장은 “사회적 기업의 키워드는 ‘기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생적으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가 중요하다는 얘기로, “현재 정부가 인증한 사회적 기업 중 지원이 끊겼을 때 자생력을 갖춘 곳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는 그는 “지금 사회적 기업은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아직 고기를 주는 단계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업극복국민재단 관계자도 “사회적 기업은 빈곤과 실업문제를 해소하는 하나의 정책수단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다. 주류노동시장에 편입하지 못한 이들에게 일터를 주며, 사회복지서비스를 포함한 공공서비스의 유력한 수단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기업의 활동 주체는 시장과 국가가 아닌 민간영역에 있다는 점이다”라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사회적 기업 제도가 제대로 뿌리내리려면 ‘시민 주도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은 취약계층 일자리를 늘리는 좋은 수단이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일자리를 늘려 ‘규모의 경제’를 꾀하려고만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최대 고용을 요구하는 데다 사회적 기업도 사업을 크게 하고 싶은 욕심에 과잉 고용을 하게 되면 정부 의존성이 커지고, 향후 정부 지원이 끊기면 기업을 운영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원문출처: https://nara.kosmes.or.kr/newshome/mtnmain.php?mtnkey=articleview&mkey=scatelist&mkey2=44&aid=1150&bpage=88&stext=&smelink=